지난 이야기
[나의 통풍일지 : 1화] 20대 초반, 고요산혈증과 만나다.
2021.11 요산수치 6.8. 처음으로 알게 된 내 요산수치이다. 우연히 하게 된 혈액검사에서 이상수치에 가깝다며 먹는 걸 조심하라고 했다. 이 때 난 요산이라는 용어 자체를 몰랐다. 통풍과 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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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통풍일지 : 2화] 첫 요산 검사, 초식동물이 된 사람.
2022.05
5/2, 8.6이라는 엄청난 요산 수치를 마주한 나. 대충 7 이상이면 고요산혈증*이라고 한다는데 난 7.0을 한참 넘겨버린 8.6이었다. 평소에 엄지발가락이 살짝 욱신거리는 통증이 있었다고 하니 의사선생님께서 그렇다면 이미 요산결정이 생성 된 것일 수도 있다고 검사를 권하셨다. 그렇지만 나는 내 소중하고 오동통한 발가락 관절 사이 주사바늘을 꽂아넣어 관절액을 뽑아내는 짓을 결코 할 수 없었다. 그런고로, 검사는 못하겠다고 하고 약을 먹어보겠다고 말씀드렸다. 내게 처음으로 주어진 약은 '자이로릭 정' 이었다. 꽤 예쁘게 생긴 원통형 플라스틱 용기에 한 달치 약이 들어있었다.
*고요산혈증: 성별, 연령을 불문하고 혈청 속의 요산용해농도인 7.0mg/dL를 정상 상한으로 하고, 이를 초과하는 것을 고요산혈증이라 한다. 고요산혈증 자체로는 증상이 없다. 다만, 이 상태가 지속되면 혈중에 더 이상 녹지 못하고 포화된 요산이 바늘 모양의 결정을 형성하는데, 이것이 혈류를 따라 몸 속을 떠돌아다니다가 관절 부위에 박히면 면역 반응이 일어나며 통풍을 유발한다.
자이로릭정은 굉장히 알약을 못 먹는 사람이어도 한순간에 꿀꺽 삼킬정도로 작은 약이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대개는 한평생 먹어야한다고 해 굉장히 절망스러웠다. 어린 나이인데 벌써 이런 약을 평생 달고 살아야 되게 생겼다는 사실이 속상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죽음의 식단관리를 해야한다는 점이 날 더 괴롭혔다. 고작 열흘간의 식단으로도 삶이 무척 피폐했는데, 이 짓을 한 평생 해야한다? 정말 억울했다.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나한테 이런 병이... 하지만 뭐 별 수 없다. 해야지 어떡해? 그렇게 난 식단 관리를 시작한다.
6월에 제주도 한달살기를 계획하던 나는, 6월 중순까지 총 두 번의 혈액검사를 계획하게된다. 목표는 6월에 제주도에 가서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깨끗한 상태 만들기. 요산 수치가 6.0에 근접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게 나는 채식을 하게된다.
통풍에 좋은 음식, 통풍에 나쁜 음식으로 백과사전을 쓸 각오를 하고 열심히 자료조사를 했다. 어떤 식품의 경우, 어느 글에서는 좋다고 하고, 어느 글에서는 나쁘다고 했다. 그런 아리까리한 녀석들은 거의 다 배제하고 식단을 진행했다. 단백질은 콩과 달걀로만 섭취했다. 5/12까지 고기와의 이별을 선포한 셈이다. 대충 어떤 음식들을 먹으면 좋은지, 또 안 좋은지 대략적으로 보여드리려 한다.
어르신들은 이게 당최 뭐야? 할만한 음식이다. 포케올데이에서 파는 포케다. 하와이식 샐러드같은건데 무튼 안에 메밀국수도 들어있고 맛있다. 샐러드 드레싱도 최대한 넣지 않고 먹었다. 안에 통풍에 안 좋은 음식으로 꼽히는 액상과당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토핑으로 육회, 불고기, 연어같은 것들을 선택할 수 있지만 나는 두부버섯을 선택했다. 붉은 살코기 육류와 등푸른 생선이 통풍에 안좋다는 사실을 배웠기 때문이다. 사진에 보이는 게 맛살도 실제 먹을 때는 샅샅이 골라내서 치우고 먹었다. 포케는 거의 생식이어서 어떤 양념을 했을지 의심스럽게 쳐다보지 않아도 되어 외식할 때 자주 찾은 메뉴이다. 특히 한식정찬은 몸에 좋을 줄 알고 먹기 쉬운데, 웬만한건 고기/멸치 육수를 이용한 음식이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 고요산혈증/통풍을 유발하는 퓨린이라는 물질은 물에 잘 녹아 육수에 굉장히 많이 함유되어있다고 한다. 참고해서 잘 피하시길 바란다.
커피또한 통풍에 좋다고 한다. 통풍환자는 수분 섭취를 많이 해서 소변을 많이 보는게 좋다고 하는데, 커피에는 이뇨작용을 원활히 하는 카페인이 많이 함유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막 단 거 들어있는 커피 마시면 걍 발 퉁퉁 부은 아저씨 되기 딱이다. 무조건 아메리카노만 마셨다. 시럽에 들어있는 액상과당은 통풍과 요산수치의 적이니까.
나는 유명한 빵돌이다. 회사를 다니며 매일 아침을 빵으로 때워야만 했다. 다만 조금이라도 건강한 척을 해보려고 밀빵보다는 쌀빵을 택했다. 안에 어떤 필링(속)도 들어있지 않은 것들 위주로 골랐다. 난 불쌍한 통풍환자니까. 빵을 먹지 않는 날은 방울토마토를 가져가 하루에 열개 내외로 먹었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방울토마토 터지는 소리만 들렸다. 어쩔 수 없다. 난 배가 고프다.
너무 바빠 빵을 먹어야만 하는 날이면 최대한 곡물 빵 위주로 골랐다. 샌드위치여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고기도 들어있지않은 밍숭맹숭한 빵을 먹어야만 했다. 대충하는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온 힘을 다해 몸 속 퓨린녀석을 관리해야했다. 하루에 물을 3-4L 정도를 마셨고(원래도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다.), 면역력을 높이면 좋다고 해 유산균과 비타민 C, D도 사다 먹기 시작했다. 한가지 실수한 점은 비타민 C 메가도스(왕창먹기)를 했던 것인데 이는 추후에 또 얘기해보겠다.
생각보다 글이 길어져 요산수치 관리를 위해 시행한 첫 검사와 두번째 검사 사이의 자세한 식단과 자기관리법은 다음 글에서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 기대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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