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투사 훈련병의 KTA(카투사 훈련소) 생활(1)
오늘 새로운 카투사들이 선발됐습니다. 축하합니다. 저는 카투사 합격했을 때 엄청 기쁘다기보단 "아 이제 내가 군대 갈 날이 나온 거구나" 싶었어요. 사실 그러고 혼자서 기뻐했음. 아무것도 모르지만 일단 붙었다는 것에 굉장히 기뻤고 주변에 떨어진 친구들이 많아서 더 기뻤답니다. 행복은 상대적인 거니깐요.
KTA(KATUSA Training Academy, 카투사 훈련소)
지금까지 카투사로서 논산훈련소를 버텨낸 기록을 보여드렸는데, 이번엔 KTA입니다. 카투사는 논산훈련소에서 5주간 기본훈련을 받고, KTA라고 불리는 평택에 위치한 카투사 훈련소에서 3주간 후반기교육을 받아요. 갑자기 쏟아지는 영어에 눈이 핑 도는 경험을 하는 시기죠. 다들 미리 읽고 준비하세요.
이전까지 논산훈련소 내용은 카테고리에 있지만 이전 편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카투사 썰풀이-8(카투사 합격, 논산 훈련소, 수료식, KTA 입소)
카투사 훈련병의 5주간의 논산훈련소 이야기(8) 2021 카투사 자원을 선발하는 11/4 하루 전이네요. 발표 시간은 의견이 분분하지만 저는 오후 세시쯤 카톡을 받았던 것 같아요. 꽤 높은 경쟁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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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사 썰풀이-1 (카투사 되는 법, 지원조건, 합격, 논산 훈련소, 용산, 평택)
안녕하세요. 군대 후기를 들고왔습니다. 저는 우선 2020년도에 병장만기전역한 카투사 병장입니다. 캠프 험프리스(평택)에서 약 600일간 복무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해볼까 합니다. 우선 올해 카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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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A 1일 차.
배출당했다. 아침부터 분대장들이 썩 친절해지더니 오늘 아침에 우릴 배웅했다. 큰 버스 네대를 타고 웬 얼룩무늬 옷을 입은 한국인과 비-한국인들이 와르르 내려 우릴 태웠다. 이름순서대로 호명해 큰 버스 네대를 빡빡이들로 가득 채웠다. 난 네 번째 버스였다. 정든 분대원들과 헤어져 별로 안 친하고 잘 모르는 다른 소대원들이랑 요리조리 섞여 버스 안 네 줄을 가득 채워 앉았다. 가장 왼쪽 줄부터 1, 2, 3, 4 분대란다. 분대라곤 안 했다 사실. Squad 였다.
버스 안에서 PG(소대장 훈련병)을 정한다. 대충 영어 젤 자신있는 사람 손들라고 해서 걔 시킨다. 여기서 적응 못한 건, 세상 영어를 하는 줄도 몰랐던 얼굴만 띄엄띄엄 아는 빡빡이들이 갑자기 원어민이 되어 혀를 굴리기 시작한 것이다. 조용히 하고 입 꾹 닫고 있었다 난. 그리고 각 줄에 한 명씩 SL(분대장 훈련병)을 정한다. 감투 씌우는 게 끝나는 순간 서류를 뿌려서 자기 개인정보 맞는지 확인시킨다. 그리고 온갖 내야 할 물건 있는 애들이 내야 할 물건을 낸다. 시계도 낸다. 손목시계는 SL과 PG만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시간이 궁금하면 걔네한테 물어봐야 한다.
대충 상황정리되고나서 달리는 버스 안에서 밥을 먹었다. 맛이 영 없는 편이라 깨작댔다. 애석하게도 내 옆자리는 간부 아저씨였다. 약간 스몰톡정도 하면서 죽고 싶은 어색함과 긴장감에 휘감겨 평택에 왔다. 버스에서 내림과 동시에 갑자기 다들 약속한 듯 소리를 질렀다. 얼룩무늬 옷을 입은 한국인들과 같은 얼룩무늬 옷을 입은 승모근이 얼굴만 한 비-한국인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빨리 들어가라고 난리를 쳤다. 착한 훈련병 역할에 충실하게 무거운 짐을 들고 끙끙대며 한 건물로 들어섰다. MPR(Multi Purpose Room)이라고 한다. 소대별로, 분대별로 사람들을 줄 세웠다. 가져온 짐들을 다 풀어헤쳐서 소지품 검사를 한다. 일단 개인 화장품을 못 가지고 들어간다. 한글로 된 책들도 못 가지고 들어간다. 시계는 아까 말했고, 사진들도 뺏겼다. 이유는 모른다. 우리의 가방을 한데 모아 Day room이란 곳에 던져 넣었다.
이후로는 논산에서 한것처럼 군복 받고 신발 받고 보급품 받는 뻔하고 지루한 시간이었다. OCP라고 부르는 미군복을 입었다. 웃기게 생긴 캡 모자도 받았다. 신발도 영 불편한 털 복실복실한 사막화다. 신발 빗는 빗까지 받는다. 입는 방법이 익숙지 않아서 굉장히 어색하다. 보급품을 나눠주시는 분들은 다 한국인 민간인 아저씨 아줌마들이었다. 얼룩무늬 옷 입은 사람들 사이 재래시장에 온 기분이 들어 안정감이 들었다. 나도 그리고 얼룩무늬가 되었다.
넓게 펼쳐진 강당같은 공간에서 갑자기 속옷 안 입은 사람이 있는지 묻더니 없으면 그 자리에서 갈아입으라고 한다. 웃기긴 하다. 속옷 안 입었으면 어쨌을래나..
모쪼록 논산이 벌써 그립다. 논산이 그립다니 미친소린것같다. 근데 여기 너무 빡세다. 힘들다. 시키는 것도 많고 제한사항도 많고 아까 말한 얼룩무늬 교관들도 미친놈들 같고 무섭다. 영어는 왜 이렇게들 하는지 참 어렵다. 한국말을 배우길. 20일이 빠르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지금 21시인데 자라고 난리 친다. 아까 아무리 봐도 한국어 할 줄 아는 거 같은 한국계 미국인 아저씨한테 한국어로 대답했는데 못 알아듣는 척 쌉조졌다. 어이없는 편. 뭐라고 불러야 되는지 몰라서 Hey! 했더니 와서 지금 Hey라고 부른 거냐고 꼽줬다. 영어로 꼽줘서 절반은 못 알아들었기에 타격이 덜했다. 무섭다.
Hold Over(유급)
교육대장이라는 분이 와서 교육도 했다. 식사시간이 2~30분이 다라고 한다. 헹 내 위경련은 그짝이 책임지시는지? 각득기소라는 말을 미 8군 단장이 민다고 한다. 밀면 밀라지. 12일 후 면접을 통해 부대 배정을 하기 시작할 거라고 한다. 면접으로 가는 보직은 별로인 게 많다고 하던데... 2차에 걸친 PT에서 떨어지면 Holdover가 된다고 한다. KTA에서 한 달 더 지내면서 밥먹을 때 물컵이나 나르고 허드렛일 하면서 다음 PT를 준비하는 거라고 한다. 오반데.. 꼭 달리기 붙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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