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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리뷰

카투사 썰풀이-8(카투사 합격, 논산 훈련소, 수료식, KTA 입소)

by 진강민승 2021. 11. 3.

카투사 훈련병의 5주간의 논산훈련소 이야기(8)

2021 카투사 자원을 선발하는 11/4 하루 전이네요. 발표 시간은 의견이 분분하지만 저는 오후 세시쯤 카톡을 받았던 것 같아요. 꽤 높은 경쟁률이지만 다들 카투사 되길 바라요! 자세한 링크는 아래 걸어둘게요.

 

https://www.mma.go.kr/board/boardList.do?mc=usr0000127&gesipan_id=69

 

예비 카투사로 입영한 훈련병이 군 생활한 이야기를 기록 중입니다. 지난 이야기는 아래 링크 참고해주세요!

https://jinkmins.tistory.com/entry/%EC%B9%B4%ED%88%AC%EC%82%AC-%EC%8D%B0%ED%92%80%EC%9D%B4-7%EC%B9%B4%ED%88%AC%EC%82%AC-%ED%95%A9%EA%B2%A9-%EC%82%AC%EA%B2%A9-%EC%97%B4%EC%99%B8-%EB%85%BC%EC%82%B0-%ED%9B%88%EB%A0%A8%EC%86%8C-%EA%B0%81%EA%B0%9C

 

카투사 입영 34일 차.

 오늘은 힘들다. 내일이 기다리던 수료식이라 그런가. 긴장도 되고 떨린다. 몸도 두배로 더 힘든 것 같고. 어리광 부릴 준비 ON.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는지.. 빨리 부모님 보고 싶다. 오늘 통화도 했다. 맛있는 거 많이 사 오라고 했다. 시간이 진짜 안 간다. 원래 이런 건가? 훈련소에서 훈련병 신분으로서 마지막 하루라는 게 되게 신기하고 그렇다. 내일부터는 이병이 되는 귀한 몸이라굿~ 얏호. 교회를 다녀왔는데 너무 신났고 너무 아쉬웠다. 웬 미친놈들이 교회에서 판초우의랑 플래시 펜 들고 난리 치다가 분대장한테 붙잡혀서 혼났다. 관종들이 참 많다. 현타 심하다. 수료식 하루 전 저녁에 무슨 기분일지 궁금했는데 그냥 피곤하기만 하다. 떡볶이 먹고 싶다.

 

카투사 입영 35일 차.

 훈련소 수료일. 가장 가뿐하고 기분 좋게 일어난 날이다. 기분 좋다. 아침에 형-노라조, 랑 벤 신곡을 틀어주길래 흥얼거리면서 일어났다. 신곡 이름은 모르지만 목소리가 벤이었다. 신곡 좋네.. 배가 고프다. 10시까지 어떻게 기다리냐.. 이따 맛있는 거 먹어야 하지 짬밥은 받아서 그대로 버려야겠다. 

 다녀왔다. 엄마 아빠 오랜만에 봤는데 너무 슬프다. 다녀오니 우울하다. 수료식에선 너무 지루했는데 엄마가 멀리서부터 딱 보였다. 반갑더라. 나중에 들은 얘긴데 우리가 너무 군기가 개판이었다고 한다.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다들 꿀빨러여서 딱히 수가 없다. 엄마가 태극기랑 계급장을 군복에 달아주고 곧바로 차 타고 펜션으로 갔다. 차타고 군부대를 빠져나가는데 날아갈 듯 한 기분이었다. 가족들이랑 제대로 인사하고 친구들한테도 전화해서 인편의 중요성과 감사함에 대해 떠들었다. 다들 반겨줘서 기분이 좋았다. 차돌박이, 신전 떡볶이, 도너츠, 크로와상, 마카롱, 불닭볶음면, 청포도, 딸기. 오늘 먹은 것들이다. 이게 사 회지. 사촌동생이랑 영상통화를 하는데 사촌동생이 머리 깎은 나를 보고 굉장히 어색해했다. 나는 이제 완전히 군인 아저씨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슬프다. 체감 6초인 6시간을 보내고 들어왔다. 해가 지려고 그림자도 길어지고 하늘도 빨개지기 시작할 때 즈음 엄마를 꼭 안아주고 연무관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눈물이 조금 고인 것 같아서 나도 살짝 울뻔했다. 울진 않았다. 군인 아저씨는 울 줄 모르기 때문에. 현타가 심하게 온다. 엄청 우울해서 계속 운동만 했다. 운동하면 다른 잡생각이 안 들어서 기분이 나아진다. 이렇게 여태까지 내 군대 인생에서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 수료식이 끝났다. 

 

 

카투사 입영 36일 차.

 오늘 아침에 일어나기 너무 피곤했다. 컨디션은 별로 안 좋다. 어제의 후유증이 남아있다. 

 하루 종일 재물조사하고 총기손질했다. 좀 쉬게 해주면 좋겠는데 내가 즈그들 물건 훔쳐갈까봐 무서운건지 뭘 계속 세고 난리다. 1950년대에 만든것 같은 땀냄새 나는 헬멧 훔쳐갈 생각 추호도 없다. 하루종일 정리하다 보니 손에 쇠 냄새가 난다. 

 눈이 온다. 내일모레 '야전'이라고 분대장들이 말하는 곳으로 간다. 나는 야전은 아니고 KTA 간다. KTA는 Katusa Training Academy, 즉 카투사 훈련소다. 솔직히 새로 사람들을 만나서 적응해야 한다는 게 걱정이다. 운동도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되고, 교관들도 무서울 것 같다. 근데 KTA 시설이 좋고 밥이 맛있다고 하니 그건 좀 기대된다. 가서 잘 지낼 거다.

 

 

카투사 입영 37일 차.

 오늘 바쁘고 바쁘다. 일어나자마자 뭔 운동을 시킨다. 2차 체력평가라고 하는데 팔 굽혀 펴기랑 윗몸일으키기는 잘했다. 카투사 훈련소  KTA에서 기본적으로 봐야 하는 종목들이니 가뿐히 했다. 근데 달리기는 열외 당했다. 내가 이 정도다. 너무 힘들었다. KTA 가서 열심히 해야지. 오늘은 모든 짐을 다 싸고 청소도 했다. 생각보다는 덜 빡세게 시켜서 의외였다. 내일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있는 카투사 훈련소 KTA 가는게 너무 귀찮고 그렇다. 지금 너무 졸립다. KTA가서 시험 본다고 미리 단어장 같은걸 잔뜩 나눠줬다. 뭐 이런 걸 다 해야 하나 싶다. 

 무려 37일간이나 군생활을 했는데 월급은 쥐꼬리밖에 안 주는 게 킹받는다. 진중문고나 몇 개 가져갈까 고민된다. 재물조사 때 안 센 거니까 가져가도 된다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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