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카투사 썰풀이. 생각보다 논산훈련소에서 느낀 감정이 많아서 다시 복기하다보니 내용이 길어진다. 앵간히 쓸모있는 내용임이 분명하니 읽어보면 분위기를 대충 파악할 수 있을듯.
전편은 링크로 달아두겠다.
https://jinkmins.tistory.com/10
4일차. 오후 9시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 입소대에서 연대로 넘어왔다. 훈련소가 신막사에 뭐가 좋고 어떻고 하는 얘기를 잔뜩 들어서 신막사면 침대도 있고 티비도 있고 그런가? 하고 기대를 꽤 많이 했는데 그냥 후줄근한 군대 세트장같이 생겨서 많이 실망했다. 가자마자 약, 유리제품, 거울, 물티슈를 뺐겼다. 들어온지는 얼마 안됐지만 지내다보니 다들 영악해진다. 언제 대답을 해야하고 언제는 슬그머니 넘어가도 되는지, 어느 줄에 서야 밥을 일찍 먹고 늦게까지 식당에서 뻐팅기다 나올수 있는지 알 수 있게된다. (내가 빠진 훈련병이라 그럴지도 모르지만 난 현명한 훈련병이었다고 평가하고싶다.)
입소대에서 교육연대까지 넘어오는게 굉장히 힘들다. 알아두길. 내가 가져온 모든 짐들과, 부대에서 나눠준 모든 짐들을 돌돌 말아서 이게 들어갈까..? 하는 생각이 드는 가방에 꽁꽁싸매서 1킬로미터를 걸어와야한다. 이때까지는 난 군인이라는 자각이 없었고, 그에 걸맞는 훈련도 해본적이 없기에 그냥 너무 힘들고 다 때리고 싶은, 한겨울에도 땀이 뻘뻘나게 만드는 일이었다. 무거운 걸 들고 처음 줄 서는 순간부터 걸어서 연대로 들어갈때까지 3~40분 정도 걸렸다. 더 멀리 있는 연대로 가는 사람들은 배로 힘들 듯. 온 세상을 다 죽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새롭게 배정받은 생활관에서 한달가량을 보내게된다.
엄청 바쁘다. 수많은 예방접종을 받는다. 입소대에서 수막구균, MMR을 받았고, 이제 A형 간염과 파상풍 예방접종을 받는다. 개인적으로 피뽑으면 핑하고 어지럽고 주사바늘 보면 눈물부터 나는 심약한 솔져라 굉장히 난감하다. (피뽑으면 어지러워하는 나같은 사람들을 위해 어딜가나 피뽑은 뒤 누울 수 있는 침대가 준비돼있다. 이렇게 쓰다보니 정말 폐급같다. 근데 아니었다는 점 인지해주시길) 이렇게 시간을 때우다보니 KTA(KATUSA Training Academy)에 대한 정보를 소대장님이 알려주러 들어오신다. 열심히 KTA에서 보내준 자료들을 프린트해서 나눠주셨다. 이제 KTA가면 , 자대에가서도 매일아침마다 하는 각종 체조들과 APFT규정들로 가득했다. 약간 카투사 가나? 하는 실감이 들기 시작하는 시기.
다른 육군 아저씨들처럼 국군수도체조도 배운다. 그 동작들이 그렇게 웃길수가 없는데 어쩔 수 없이 따라하며 바보가 되어가는 기분을 한껏 느끼자. 주변을 둘러봐도 바보들 투성이이다. 그런 곳이니 그렇게 살자.
6일차. 입대 후 첫 주말이다. 꽤 어이없는 이야기를 써놨다.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가서 이러다 곧 제대하게 생겼다." 이런 나 꽤나 긍정적인지도.. 점심에 햄치즈버거와 시리얼 등 빵식이 나와 맛있게 먹었다. "군대는 정말 시스템이 이상하다. 눈에 보이는 것만 중요하고 융통성은 단 하나도 없다." 라고 쓰여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눈에 보이는 중요한 일을 잘하는 법을 배우기 제격이었던 공간이다. 융통성이 없던건 그들도 대가리가 아니고 꼬리 말단부에 위치한 불쌍한 애들이어서 그랬던 거고..
7일차. 종교행사를 다녀왔다. 어안이 벙벙하고 이게뭐지? 싶은 수준이었다. 기독교 선택해서 교회에 다녀왔다. 다들 즐기게 될 실로암을 외치는 기독교이다. 어깨에 다이아몬드랑 성게를 잔뜩 달고있는 아저씨들이 앞에나와서 친구인양 설교하고 웃겨주고 들어간다. 교회의 순기능을 깨달았는데,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해주고 있다는 점에 자존감이 높아진다. 아저씨들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오전엔 불교 오후엔 기독교를 가길 추천한다. 오전 기독교는 오후 2시에 가는 감주마냥 아무의미 없다. 기독교는 밤이다. 포상점수를 A받았다. 한창 유행하던 프듀 순위발표식이 생각나며 꼭 데뷔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생각이 많았다. KTA가서 신분증과 자격증이 필요했다. 미리 챙길 수 있다면 챙기도록. 나는 컴활을 미리 따 갔다. 전산병처럼 사무실에서 일하는 보직을 원했기 때문에... 결과는..
인편을 꽤 많이 받았다. 난 인기가 많았다. 근데 전산오류로 온 편지를 며칠이나 못받아서 살짝 킹받긴 했다. 군대는 제대로 하는게 없군. 하는 생각에 잔뜩 분했는데 자고 일어나니 다 까먹었다. 인편은 정말 모든 훈련병들이 기다리는 가뭄의 단비같은 존재다. 더 캠프 어플을 주변에 꼭 깔아주고 입소하도록 하자.
8일차. 후배기수가 들어오는 날이다. 비가 와서 으슬으슬하고 뼈마디가 시리다. 잘 때 밝으면 잘 못자는데 웬 시뻘건 불을 켜놓고 자야하고, 컵 소독기 불빛이 새파래서 온통 보라색인채로 잠에 들어야한다. 다행히 안대를 챙겨왔는데 귀 뒤가 너무 아프다. 마스크도 써야한다. 잘때 마스크를 끼고 안에 물휴지를 적당히 뭉쳐놓으면 좀 덜 건조하다. 이런 꿀팁. 꼭 배워가길. 아까 말했듯 비가온다. 군대에서 비가온다는 건 판초우의를 쓴다는 것이다. 판초우의는 꺼내고 고무줄 풀고 쓰고 접고 다시 말아서 고무줄 묶는 순간까지 전부 냄새난다. 꼭 알아두길. 그리고 사제 고무줄 가져가면 편할것같다.
1차 체력검정을 했다. 속된말로 뒤질것같다. 달리기는 불합격, 팔굽은 합격이다. 윗몸일으키기도 불합격이다. 즉 팔굽혀펴기만 합격이라는거다. 달리기가 정말 큰 문제다. 매일매일 하면 늘것도 같은데 기회를 잘 안준다. 그리고 무리해선 안된다. 여기서 아프기라도 하면 KTA에서 PT fail당할 확률이 높아진다.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열심히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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