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투사 훈련병의 KTA(카투사 훈련소) 생활(17)
길고 긴 카투사 훈련소에서의 생활이 끝났습니다. 자대에서의 생활을 단편적으로나마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다만, 제가 특정될 수 있는 부분은 완전히 드러내지 못하는 점 이해해주세요. 또, KTA에서 모아 온 많은 물건들도 같이 보여드리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카투사 생활-16(카투사 훈련소, 수료식, KTA, 보직, 자대)
카투사 훈련병의 KTA(카투사 훈련소) 생활(16) 안녕하세요. 의도치 않게 오랜만에 돌아오게 됐습니다. 거의 한 달 만이네요. 그간 바쁜 일도 많고 힘든 일도 많았어서 짧은 글이지만 쓸 여유가 안
jinkmins.tistory.com
자대 1일 차.
아 그래도.. 용산.. 되면 너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며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역시 그런 일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바라고 바라던 대로 평택, AREA III에서 이름이 불렸다. 내 이름과 번호를 부르자마자 더플백을 양손으로 들고 평택 줄로 달려 나갔다. 하늘이 참 예쁘게 보였다. 나의 소원이 이뤄지던 순간이었다. 그렇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내 보직은 알 방법이 없었다. 그저 어디에 위치한 부대로 가는지만 알 수 있었을 뿐. "대박!" 소리 지르며 선 평택 줄에는 나 말고도 수많은 친한 동기들이 함께였다. 기뻤다. 특히 몇몇은 면접 때 지원한 보직에 그대로 붙어 축하의 말을 전했다.
기쁨의 부대 분류 후 부모님이랑 밥을 먹으러 다들 다시 MPR로 들어갔다. 엄마가 평택지역대라고 알려줬다. 보직은 어학병이었다. KTA에서, 논산훈련소에서 바라고 바라던 보직과 부대가 모두 이뤄지진 않았다. 어학병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엄마랑 아빠가 아침부터 바리바리 싸온 음식을 먹었다. 유부초밥이 너무 맛있었다. 평택 KTA에 오려고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서 챙겨 왔다고 한다.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다. 우리 부모님이 최고다. 그렇게 사진도 찍고, 동기들과 인사도 나눴다. 부모님께도 설에 꼭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좀 더 투명하게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되니 전보다 아쉬움이 덜했다.
인사를 나누고 다시 Turf에 집합했다. 추운 날이었는데 추운 줄도 몰랐다. 이제 우리를 데려가기 위해 자대에서 사람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우리 부대에선 사람이 너무 늦게 왔다. 신병 귀한 줄 모르고 워커 안의 작고 소중한 발이 부르트도록 서서 기다리게 했다. 그리고 이제 나를 데려갈 시니어 카투사와 간부가 도착했다. 그렇게 두시 조금 넘어서 나름 정든 NCOA를 떠나 매일 chow formation으로 밥을 먹으러 가는 길에 슬쩍 엿보기만 했던 길들을 지나쳐 내가 일 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게 될 부대에 도착했다.
설명을 들어보니 우리 부대는 나름 평택 기지의 초입에 있는 오래된 시설의 부대였다. 초기 Camp Humphreys 때 지어졌다고 한다. 그래도 위치면에서 체육관, 식당, 일터, walk-in gate가 모두 가깝다고 만족하며 산다고 한다. 내 첫인상은, "밖이 보인다..!"였다. 담장 하나 너머로 민간인들의 시설이 보였다. 논산에서 줄 서며 기다릴 때 보이던 낡은 펜션들이랑은 다른 감상이었다. 진짜 사람 사는 아파트와 거리들이 보였다. 너무 설렜다. 사람들은 처음은 좀 무서웠는데 지원반에서 얘기를 좀 해보니 다들 좋은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편하게 대해주시려고 하셔서 덕분에 긴장은 좀 풀렸다. 물론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오자마자 면담도 하고, 서류작성도 마쳤다. 간부님이 부모님이랑 통화도 시켜주셨다. "XX이 제가 책임지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군 생활할 수 있게 하겠다"라고 하셨다. 멋진 사람일지도..?
배럭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는데 역시나 구배럭이었다. 다행히 친한 동기와 함께 자대 배치를 받아 기분이 한결 낫다. 혼자였다면 적응이 더 힘들 뻔했다. 뭔가 내가 기도한 일들이 이뤄져 가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 근데.. 대체 난 무슨 일을 하는 걸까..? 내 보직 이름으로만 봐선 도통 알 수 없었다. 이게 정말 궁금한데 딱히 물어볼 사람도 없고 물어보기에도 겁나서 그냥 입처닫고 있었다.
식당은 Semaphore와는 비교도 안 되는 Provider's Grill이라는 곳을 쓰게 됐다. 듣기로는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제일 맛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방한했을 때 여기서 먹었다고 한다. 실제로 먹어보니 꽤 괜찮았다. 행운인 듯했다. Dfac에 소프트 아이스크림 기계가 있었다. 탄산음료 기계도 있고, 요플레와 온갖 파이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샐러드를 평소에 좋아하는데 온갖 종류의 샐러드를 먹을 수 있었고, 필리 치즈 스테이크나 치즈버거를 주문해서 먹을 수 있다. 호텔 뷔페에서 쌀국수 주문해서 먹는 기분이었다. 샌드위치도 서브웨이처럼 만들어준다. 행운인 것 같다. 내일은 더 다양한 메뉴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그렇게 밥을 먹고 이런저런 규칙 설명을 듣고는 방에서 열심히 청소를 했다. 또다시 시작된 G.I. party. 방이 너무 지저분하고 바닥은 웬 타일로 만들어서 온갖 지저분함을 맛볼 수 있었다. 특히 냉장고는 무슨 30년 전에 쓰던 것처럼 생겨서 치우느라 고생 좀 했다.
신병은 저녁 점호를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Day room에서 저녁 점호를 하는데 이를 위해 의자를 줄줄이 세워놓아야 한다. 신병으로서 맡은 유일한 임무니까 잘해봐야겠다. 점호 때 선임들 얼굴을 보니 맞선임을 포함한 몇을 제외하고는 전부 아저씨 같았다. 나도 저런 아저씨가 되는 걸까? 맞 선임들은 좋은 것 같다. 우리를 위해 과자랑 물을 잔뜩 사두셨다. 감동받았다. KTA에서 못 먹던 한국의 과자가 널려있었다. KTA에서 살이 쭉쭉 빠졌었는데 이제 다시 찌울 때가 된 것 같다.
전화는 이제 자유롭게 할 수 있다. Day room이나 1층 CQ desk 앞에 있는 전화기로 어디든 전화할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됐다. 집에 다시 전화해서 시설에 대한 이야기 좀 하고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다들 어딜 놀러 간다, 어디서 뭘 한다, 하는 여유로운 얘기만 한다. 군인인 걸 실감했다. 나도 곧 나갈 테니 두고 보자.
자야 되는 시간도 없고 내일 아침 대략 9시까지만 밥 먹으러 식당에 나타나면 된다고 한다. 얏호 오래 자야지.. KTA에서 자던 그 잠 같지도 않은, 새벽에 깨는 느낌의 찝찝한 아침은 이제 끝이다. 사실 좀 걱정이다. 두 가지 걱정이 있는데, 첫 번째는 내 보직이 뭔지 아직 감이 안 온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핸드폰을 못 쓰는 건 아닐까?라는 것이다. 그 누구도 핸드폰을 쓰는 티를 안내서 확실하지 않다. 눈치 좀 보다가 슬쩍 가져와볼까. 마지막 고민은 설에 못 나가는 거 아니려나? 하는 것이다. 신병보호기간이랑 어째 좀 겹친다.. 곤란하다. 잘 해결되길 바라며 벌써 열한 시.. 긴 하루를 마무리한다. 내일도 파이팅해서 빠릿빠릿하자!
'군대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투사 생활-19(캠프 험프리스, 신병 보호기간, px, 패스, 피자헛) (1) | 2022.09.20 |
---|---|
카투사 생활-18(캠프 험프리스, 신병 보호기간, 첫 외박, 패스, 핸드폰) (0) | 2021.12.21 |
카투사 생활-16(카투사 훈련소, 수료식, KTA, 보직, 자대) (0) | 2021.12.20 |
카투사 생활-15(KTA 수료, 3차 PT, 교회, 홀드오버, 수료식 (0) | 2021.11.25 |
카투사 생활-14(WTT, 사격, M4, 훈련소, 교육, KTA) (0) | 2021.11.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