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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리뷰

카투사 생활-14(WTT, 사격, M4, 훈련소, 교육, KTA)

by 진강민승 2021. 11. 17.

카투사 훈련병의 KTA(카투사 훈련소) 생활(14)

오랜만에 훈련소, KTA 동기와 연락해봤어요. 일기를 읽다 보니 네 생각이 많이 난다고 감사인사도 전했습니다. 그때 당시엔 이런 식으로 재생산될 줄 몰랐던 짧은 하루하루의 기록들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 이어 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한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저도 매일매일 기록을 남겨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인 여러분도 꼭 일기를 남겨두도록 하세요.
지난 이야기는 아래 링크 달아두겠습니다.
https://jinkmins.tistory.com/entry/%EC%B9%B4%ED%88%AC%EC%82%AC-%EC%83%9D%ED%99%9C-12%EB%AF%B8%EA%B5%B0-KTA-%ED%9B%84%EB%B0%98%EA%B8%B0-%EA%B5%90%EC%9C%A1-WTT-%EB%A9%B4%EC%A0%91-PT

카투사 생활-12(미군, KTA, 후반기 교육, WTT, 면접, PT)

카투사 훈련병의 KTA(카투사 훈련소) 생활(12) 카투사 훈련소에서 있었던 이야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어요. PT가 정말 큰 주제였는데 PT시험만 통과하면 그 후로는 좀 만만해지는 게 사실입니다. 카

jinkmins.tistory.com

KTA 15일 차.

D-5, WTT시험과 사격을 본 날이다. 우선 WTT는 잘 봤다. 94점이다. 아깝다 좀만 덜 틀렸으면 디저트도 먹을 수 있었을 텐데 왜 1등한테만 주는지 억울하다. Ridge 구분하는 문제가 좀 어려웠다. Saddle인지 Ridge인지 알 바 아니다. 공부 좀 더 할걸 그랬다 아무래도. 쨌든 동기들이 도와준 덕에 무난하게 본 것 같다. 감사하다.

오늘은 날씨가 엄청 좋아서 Turf에서 볕 쬐고 싶은 날이었다. 사격 자세 연습을 한다고 turf 잔디밭에서 PRI를 하는데 바닥이 푹신한 잔디라 그런지 한 개도 안 아팠다. M4 총 위에 작은 동전을 하나씩 올려두고 안 움직이기 훈련을 했다. 이런 식으로 나마 햇볕 좀 쬐고 편히 누워있으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M4는 K2보다 더 복잡한 것 같다. 팔 길이에 따라 길이 조절도 할 수 있는 게 신기했다.


사격은 일단 8발을 맞혔다. 두 번째는 14 발이었다. 어쨌거나 실격 수준이다. 수료식 때 전체적으로 잘한 애들은 상을 준다는데 나는 물 건너간 것 같다. 할 말은 없다. 난 사격 폐급 그 자체다. 논산에서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긴 하다. 앞으로 사격할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오늘 오후 5시 20분부터 자유시간을 받고 동기들 방에서 놀았다. 매일매일 이랬으면 좋겠다. 사실 나나 편하지 PT통과 못한 동기들은 죽을 맛인 것 같다. 스트레스가 꽤 큰 것 같다. 하긴 주변에 다 신나는데 본인만 안 신나면 기분이 영 안 좋을 것 같다. 몇몇은 면접직 지원도 못했다. 1차 PT를 안 붙으면 안 데려간다는 말이 있어서이다. 체력검정이 뭐라고 이렇게 사람 기분을 가르는지 모르겠다. 다들 잘 통과해서 같이 자대 가면 좋겠다. 파이팅!

KTA 16일 차.

아침부터 개운하게 잘 일어났다. 역시 주말이다. 어느새 이번 달이 끝나간다. 훈련소 마지막 날 시작한 이번 달이 어느새 이렇게나 지났다니.. 군대라는 게 시간이 느린 듯 빠르구나. 앞으로 있을 군생활의 시간도 의미 있게 쓰고 싶다. 문득 든 생각인데 내가 여기서 가족과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돌아가서도 퇴색되지 않고 유지됐으면 한다.

하루 종일 하는 일 없이 청소만 하고 있다. 논산이나 여기나 대기하는 건 똑같다. 다만 여긴 자유롭고 논산은 강압적이다. 여기의 단점은 할 게 없는 것. 책이라도 주면 좋겠다. 이렇게 여유로우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늘 그냥 진짜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안 했다. 그냥 동기 방 가서 노가리 까면서 저무는 훈련소에서의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교관들에 대해 안 좋게만 생각했는데 그 소리 지르는 아저씨들도 사실은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직업의식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그들 덕분에 군인정신을 나름 잔뜩 배양한 것 같아서 꽤나 의미 있게 느낀다. 그 사람들 때문에 KTA에서 빡치는 일도 많았지만 배운 것도 많다.

오늘 통화를 했다. 벌써 우리 부모님이 보고 싶다. 나는 논산 끝나고도 KTA라는 3주간의 훈련을 더 받아서 그런지 사회랑 너무 단절된 것 같아서 억울했다. 그렇지만 덕분에 내 동기들이랑 그만큼 더 친해질 수 있었고 더 기억에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 저녁에 동기 중 한 명의 카투사 부대원이 KTA로 몰래 놀러 왔다. 이런저런 썰을 풀어줬다. 정말 좋은 사람 같다. 핸드폰 한 번만 쓰게 해달라고 할걸. 아무튼 듣자 하니 자대로 가면 신병보호기간이란 게 있는데 그동안은 8시 정도까지 잔다는 것 같고, CAC(Community Activity Center), Warrior Zone이라는 게임방? 이 있는데 그렇게 꿀이라고 한다. 핸드폰을 쓰긴 하는데 웬만하면 모두에게 비밀로 하는 게 좋다고 한다. 여자 친구한테도 알렸다가 되게 귀찮아지거나 안 좋게 헤어지면 여자 친구가 육군본부에 찌를 수 있다고 한다. 왠지 피가 되고 살이 될 조언 같다. 교훈을 많이 배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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